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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삭 속았수다 줄거리, 등장인물분석, 감상평

by 체온보관소 2025. 7. 1.

출처 ❘ ⓒ [작품명] 공식 포스터 / 배급사 제공

줄거리 요약과 이야기 흐름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과 '관식'의 70년 인생을 따라가는 드라마다. 제주 방언인 '폭싹 속았수다'는 “정말 고생했다, 수고 많았다.”는 뜻으로, 위로의 말을 상징한다.

이 드라마는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닌, 한 시대를 통과한 사람들의 삶을 통째로 보여준다.

애순은 글을 쓰는 삶을 꿈꾸는 여인이다. 어린 시절 가난과 억압, 교육의 부재 속에서도 끝내 자신만의 언어를 찾는다. 관식은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인물로, 소년 시절부터 애순을 짝사랑하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수십 년간 마음을 묻어둔다.

드라마는 이들의 삶을 세 시기로 나누어 보여준다. 청춘기(이주영·홍사빈), 중년기(아이유·박보검), 노년기(문소리·박해준)로 구성되며, 시대에 따라 인물들의 감정이 점층적으로 깊어진다. 억압된 욕망, 좌절과 희망, 이별과 재회가 반복되며, 관객은 마치 긴 회고록을 읽는 듯한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주요 등장인물과 감정선의 흐름

아이유가 연기한 중년의 '애순'은, 가난과 남성 중심 사회를 뚫고 자기 삶을 살아가려는 강인한 인물이다. 학력도, 지원도 없지만 문학에 대한 열망 하나로 삶을 견뎌낸다. 애순은 고난 속에서도 글을 포기하지 않으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고집을 유지한다. 그녀의 삶은 ‘자기 목소리’를 끝까지 지키려는 사람의 상징이다.

중년의 애순은 서울로 올라가 출판사에서 일하며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한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문단의 벽은 높고, 그녀의 말투와 글투는 “서울말”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된다. 그럼에도 애순은 포기하지 않는다. 밤마다 사투리를 고쳐가며 원고를 쓰고, 끝내 작은 책방에 시 한 편을 실으며 작은 성공을 맛본다. 관식은 그런 애순의 성취를 멀리서 지켜보며 묘한 질투와 존경을 함께 느낀다. 비록 표현은 서툴지만, 그는 자신이 해보지 못한 선택을 해낸 그녀를 늘 대단하게 여겨왔다.

박보검이 연기한 '관식'은 한 여자만을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온 순정남이다. 하지만 표현에는 서툴고, 인생의 무게에 눌려 자주 엇나간다. 겉으로는 무심하고 투박하지만, 그는 애순의 삶을 누구보다 오래 곁에서 지켜봐 온 존재다. 그의 사랑은 직선적이지 않고, 꾸준하고 묵직하다.

노년의 두 사람은 그간의 오해와 후회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게 된다. 그 장면은 감정의 정점을 이루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사랑과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서로를 끝까지 기억하는 것이 결국 남는 것임을 보여준다.

제주 배경의 상징성과 전체 감상평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은 ‘제주’ 그 자체다. 고유한 사투리와 풍경, 전통과 억압이 공존하는 공간은 인물들의 감정과 서사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드라마는 제주의 사계절과 풍속, 시대적 격변을 배경으로 삼아 한 사람의 일대기를 더욱 생생하게 구현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밭에서, 억새 바람 부는 언덕 위에서, 혹은 낡은 마루 밑에서 흐르는 감정들은 말보다도 진하게 전달된다. 제주라는 공간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인생의 요약이다.

제주의 자연은 감정의 배경이자 상징이다. 애순이 울음을 삼키는 장면 뒤로는 세찬 해풍이 분다. 관식이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에는 제주 흑돼지 불판 소리 대신, 바닷물 찰랑이는 소리가 감정을 대변한다. 드라마는 그 지역의 풍광을 아름답게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일부로 스며들게 한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두 노인이 제주 오름 위에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은, 인생의 굴곡 끝에 도달한 평화의 순간을 그대로 담아낸다. 산도, 바다도, 바람도 모두 말없이 그들을 품어준다.

《폭싹 속았수다》는 단지 사랑 이야기나 가족 드라마로 요약되지 않는다. 이는 한 사람이 한 세기를 통과하며 쌓아온 고통과 꿈, 상처와 용서를 압축한 서사다. 누구나 한 번쯤 “내 인생은 실패한 걸까?” 하고 묻는 시점이 있다. 이 드라마는 그런 질문 앞에 조용히 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아낸 당신은 대단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