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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로리 줄거리, 배경과 인물, 감상평

by 체온보관소 2025. 6. 29.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공식 포스터 ⓒ Netflix. 본 이미지는 리뷰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줄거리 속 진짜 지옥, 동은의 복수 여정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창 시절 참혹한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문동은(송혜교 분)이, 수년의 세월이 지난 후 가해자들에게 철저한 복수를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드라마는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피해자의 삶이 어떻게 송두리째 무너지는지를 냉철하게 보여준다.

문동은은 고등학생 시절 끔찍한 폭력을 당하고 학교와 사회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채 자퇴한다. 이후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밤에는 교원자격증을 준비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박연진(임지연 분)의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교사가 되며, 반격의 시작을 알린다.

그녀는 한 사람 한 사람씩 가해자와 그 주변 인물들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상대가 느끼는 ‘지옥’이 어떤 것인지를 체험하게 만드는 서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복수에 대한 윤리적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게 한다.

문동은은 결코 감정에 휘둘리는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냉정하게 타이밍을 계산하고, 상대의 심리까지 꿰뚫는 수준으로 복수의 수단을 설계한다. 그 중심에는 ‘되돌릴 수 없는 고통’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그녀가 선택한 방식은 물리적 폭력이 아닌, 심리적 붕괴와 사회적 추락이다. 이 점이 더글로리를 단순한 자극적인 복수극이 아닌, ‘정교한 심판극’으로 만들어준다.

게다가 문동은은 직접적인 보복보다는, 주변 인물과 환경을 활용해 상대가 자멸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가해자들 사이의 신뢰를 서서히 무너뜨리거나, 숨겨온 비밀이 드러나게 유도하는 식이다. 이 과정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쌓이며 긴장감을 높인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느낌이다.

인물 구성과 배경, 입체적인 캐릭터 관계

주인공 문동은은 외유내강의 전형이자, 극한의 감정을 억누르며 복수를 감행하는 인물이다. 송혜교의 절제된 감정 연기는 극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는다. 상대역인 박연진은 겉보기엔 성공한 아나운서이지만, 내면에는 죄책감 없는 가해자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주목할 캐릭터는 주여정(이도현 분)이다. 그는 문동은의 복수에 깊이 관여하는 성형외과 의사로, 그 역시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다. 단순한 ‘도와주는 남자’가 아닌, 함께 복수를 감당하는 인물로 묘사되어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그 외에도 이사라(김히어라), 전재준(박성훈), 손명오(김건우) 등 각 가해자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악행을 저질렀으며, 그들의 삶에 균열이 가는 과정이 치밀하게 그려진다. 특히 가해자들 간의 이기심과 배신이 서서히 드러나는 후반부는 큰 긴장감을 유발한다.

가해자 캐릭터들도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그들 각각은 나름의 욕망과 두려움, 위선 속에 살아가며,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저지른 과거의 악행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을 드라마는 잊지 않는다. 이들의 겉과 속의 괴리는 보는 내내 불쾌감을 유발하고, 그만큼 복수의 당위성을 더 뚜렷하게 만든다.

또한 문동은의 복수에 동참하게 되는 인물들도 단순한 도우미가 아니라, 각자의 상처와 윤리를 안고 있다. 주여정은 복수의 도구가 되길 자처하지만, 그 안엔 자신의 상처도 치유하려는 욕망이 깃들어 있다. 결국 이 드라마의 핵심은 복수가 아닌, 인간이 고통을 마주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질문이다.

감상평

《더 글로리》는 단순히 ‘사이다 복수’에 그치지 않는다. 시청자에게 계속해서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이 복수는 정당한가?" "누가 진짜 악인인가?" 극 중 문동은의 복수가 철저히 정당해 보이면서도, 때로는 무서울 만큼 잔혹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 질문 때문이다.

배경 역시 극의 몰입을 높인다. 전형적인 학폭 장면, 가해자의 위선적인 사회생활, 피해자의 고립된 일상은 현실의 공포를 리얼하게 담아낸다. 카메라의 프레이밍과 색감은 문동은의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가며, 시청자가 그녀의 분노에 자연스럽게 동조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는 ‘기억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경고’다. 피해자가 기억하는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그것을 외면한 사회와 개인 모두가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뼈아프게 보여준다.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한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질문이자, 예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복수극이다.

연출도 탁월하다. 말 없는 장면, 느린 호흡, 섬세한 클로즈업이 반복되면서 감정의 농도를 끌어올린다. 문동은의 눈빛 하나에도 그동안 쌓인 한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마지막 회차로 갈수록 캐릭터들의 표정 변화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와닿는다.

또한 더글로리는 단순한 ‘피해자의 복수’라는 플롯을 넘어, 이 사회가 피해자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방관자, 무책임한 어른, 자기 보신에만 급급한 시스템까지 모두 복수의 대상이 된다. 결국 이 드라마는 ‘가해자에게만 책임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